한국문학의 불가살(不可殺), ‘여성구원판타지’ -황순원과 이승우 소설에 나타나는 젠더적 윤리위탁 서사-
The Immortal Trope of Korean Literature, ‘Female Salvation Fantasy’ - An Analysis of Gendered Ethics and Emotional Politics : Hwang Soon-won and Lee Seung-woo’s Fiction -

초록

본 논문은 한국문학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정 젠더 서사 구조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여성구원판타지’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하고자 한다. 이 개념 은 남성 주체가 자신의 윤리적 결핍과 죄의식 그리고 감정적 열패를 자신이 아닌 여성타자로부터 감정노동과 침묵 혹은 희생을 통해 치유받고자 하는 서사적 욕망을 지칭한다. 이러한 젠더적 판타지가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을 타자인 여성에게 전가하거나 해당 타자를 도덕적으로 악마화하는 감정전이 구조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서사 구조가 단순한 반복적 젠더구조서사를 넘어, 남성이 스스로를 윤리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타자의 윤리적 주체성과 감정을 전유하는 감정 정치적 병리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고는 황순원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와 이승우의 생의 이면을 중심으로 ‘여성구원판타지’가 문학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지를 살펴본다.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는 성폭력 피해자인 여성인 ‘숙이’가 침묵으로 사건을 수용하는 것과 동시에 가해자에 대한 용서를 함으로써 남성 가해자의 윤리 회복을 대리 수행하는 서사 구조를 보여준다. 이때 윤리적 행위의 수행 주체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윤리적 귀속은 남성에게 돌아간다. 이승우의 생의 이면에서는 여성타자인 ‘종단’이 남성 주체를 구원에 다다르게 할 수 있는 존재로 상징되다가, 남성 주체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함에 따라 남성주체에 의해 비도덕적 인물로 전락당하는 역전 구조를 보여준다. 황순원과 이승우의 두 작품은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문학적 세계관이 다름에도 남성주체가 타자에 의존하여 자신의 도덕적 위상을 정당화하려는 병리적 구조를 보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본고는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수행성’ 개념과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아브젝시옹’ 개념을 연구방법론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젠더 수행성이란, 여성 인물이 남성의 권력 아래 남성이 원하는 대로 감정노동과 도덕적 판단을 수행하도록 강제하는 문화적 구조라 설명할 수 있다. 남성 주체가 자기 윤리의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여성인 타자를 혐오와 배제의 대상으로 전이시킴으로써 보여주는 심리적⋅ 정동적 역학을 분석하는 데에는 ‘아브젝시옹’ 개념을 활용하였다. 이와 같은 이론적 틀을 통해 본 연구는 여성타자의 침묵이 단순한 수동성이 아닌, 남성 주체가 젠더권력을 통해 자신의 윤리적 결핍을 은폐하고 위장하는 정서적 장치로 기능하 고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이에 따라 본 논문은 ‘여성구원판타지’가 한국문학에서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감정 정치의 젠더구조이며, 이를 통해 남성이 윤리 주체성의 외주화하고 있음을 논하고자한다. 이 개념이 차후 전후 남성 고백 서사, 신화 기반 여성 구원 서사, 현대적 트라우마 서사 등 다양한 문학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분석적 틀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목
한국문학의 불가살(不可殺), ‘여성구원판타지’ -황순원과 이승우 소설에 나타나는 젠더적 윤리위탁 서사-
제목 (타언어)
The Immortal Trope of Korean Literature, ‘Female Salvation Fantasy’ - An Analysis of Gendered Ethics and Emotional Politics : Hwang Soon-won and Lee Seung-woo’s Fiction -
저자
박시영
발행일
2025-09
저널명
국제어문
106
페이지
133 ~ 155